• 마 전(미국에서는 3월 1일, 우리나라에서는 3월 8일)부터 디즈니 플러스의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 만달로리안 세 번째 시즌이 차례로 공개되고 있다.

    아내가 보는 진도에 맞춰서 보다보니 좀 시즌 1-2의 서너 에피소드쯤 건너 뛰면서 봤기도 하고 무슨 내용인지 소상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만, 그렇게 자세히 이전 이야기를 챙기지 않아도 이야기를 못 따라갈만하진 않은 듯하다. 대충 꼬마 그로구를 줍게 된 만달로리안 전사 딘 자린이 이런 저런 모험을 하는 이야기라는 것만 알면 충분할 것.

    한편 이 와중에 중요하게 다뤄지는 얘기가 바로 묘하고 신비로운 만달로어인들의 계율과 전통이다. 평생 마스크를 쓰고 뭔 일이 벌어져도 호들갑 안떨고 시큰둥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대응하는 그들, 고향을 잃고 우주를 떠돌아다는 기구하고 기묘한 그들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.

    시즌 2 말미쯤에서 주인공 딘 자린은 불가피하게 헬멧을 남 앞에서 벗어서 만달로어의 규율을 깼기에 공동체로부터 추방되는데,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래전 은하제국에 쳐박살난 그들의 고향 행성을 찾아가 생명의 샘에서 죄를 씻어야 한다는 퀘스트를 이루는 과정이 시즌 3 초반부 세 편의 주요 내용이다.

    이를 추구하는 여정에서, 딘 자린은 일전에는 만달로어인의 지도자였지만, 모성으로부터 쫓겨난 뒤로 군벌을 이끌던 보-카탄 크리즈와 함께 하게 된다. 보-카탄 크리즈는 자기 레거시가 제국에 망한 충격이었는지 뭔지 만달로어의 규율을 하찮게 여기며 헬멧을 벗은채 다른 만달로어인들과는 다른 계파를 형성하고 있었다.

    그러니까, 평생 만달로어 별에 발 붙여본 적 없으나 만달로어 규율을 금욕적으로 지키며 살던 근본없는 딘 자린과, 만달로어 별에서 태어나 그곳을 주름잡던 가문 출신이었지만 별이 망한 뒤로는 규율이고 뭐고 근본없이 살던 보-카탄이 함께 만달로어의 근본을 찾아나서는 근본투어를 떠난다는 것이다

    처음에는 뭐 굳이 사서 고생을 하냐는 식으로 빈정대던 보-카탄도 막상 근본을 목도하고 자신들의 역사가 동화나 신화가 아니라 한때 살아있던 역사였다는걸 깨닫고, 웬지 개운해 하는게 인상적이었다.

    최근 모친이 컨디션이 안좋아서 큰 병원에 찾아갔다 한다. 자세한 검사를 한 뒤에는 암과 같이 치료하기 어려운 병은 아니고 약으로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기에 안도했지만,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간 가족이 꽤 걱정을 했다. 아버지의 경우엔 안좋은 얘기를 듣게 되면 지금 손녀딸 양육하는거 돕는 사정이고 뭐고 지금 집을 다 정리하고 시골에 들어가 어머니와 나물이나 뜯으며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다고 한다.

    시골이 뭐길래. 그게 부모세대의 고향, 즉 ‘근본’인건가ㅋ 싶었다. 하긴 두분 다 수원 출신인데, 지금처럼 도시가 서기 전엔 논에 밭에 과수원인 동네 사람이었다. 몸이 멀리 이동한건 아니지만 그자리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채 계속 타향에 사는 사람인 것인가.

    이렇듯 스타워즈 드라마를 보다가 잠시 사람에게 근본이란 무엇인가 그런 잡다한 생각을 잠깐 한 기록을 이렇게 남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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